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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을 울리고 감동시킨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 그의 연주는 단순히 화려하거나 완벽하다는 수식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음악은 사람의 영혼 깊숙한 곳을 울리고, 인간이 가진 위대한 가능성을 말없이 증명한다. 어쩌면 그는 단순히 그저 한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1. 장애와 함께하는 눈부신 그의 삶의 서사

    194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이작 펄만은 평범한 유대인 가정의 아들이었다. 세 살 무렵,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된 그는 그 순간부터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네 살 때, 그는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다. 급격하게 진행된 병세로 인해 그는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때부터 목발과 휠체어가 그의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불행은, 오히려 그의 예술혼을 더욱 깊이 있게 다지는 토대가 되었다. 당시 많은 음악 교습소에서는 신체 장애가 있는 어린이를 받아주지 않았고, 펄만은 결국 스스로 바이올린을 익히기 시작했다. 혼자서 시작한 그의 음악 여정은 곧 주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고통 속에서도 피어난 순수한 감정의 언어였다. 그의 재능은 국경을 넘어섰고, 결국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 본격적인 수학을 시작하게 된다. 그가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3살 때, 미국의 국민 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작은 체구에 휠체어를 탄 소년은 바이올린을 들고 조용히 무대에 올랐고, 단 몇 분 만에 수백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의 이름 앞에 ‘장애를 극복한 천재’, ‘장애를 극복한 기적의 바이올리니스트 ’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펄만은 이러한 찬사에도 결코 스스로를 영웅시하지 않았다. 그는 늘 담담히 말했다. “나는 나의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것과 2.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뿐이에요.”


    2. 이작 펄만의 음악과 삶의 철학

    (1) 마음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펄만의 연주는 단순한 기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그의 바이올린은 때로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부드럽고, 때로는 삶의 절규처럼 강렬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는 연주할 때, 손이 아닌 마음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입니다. 기교는 그저 도구일 뿐이죠. 진짜 음악은 마음으로 연주할 때 나옵니다.”

    특히 그는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할 때,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뇌와 희망을 섬세하게, 때로는 처절할 만큼 진실되게 표현했다. 누구보다 삶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본 그였기에, 그 고통의 음들을 누구보다 깊이 있게 해석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연주는 감상하는 이를 감동시키는 것을 넘어서, 한 사람의 인생을 고요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내게 왜 힘든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을 통해 제가 누구인지 말하고 싶습니다. 이 몸이 아니라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존재로서 말이죠. " 


    (2) 연주자를 넘어, 세상을 울리는 사람

    펄만은 단지 연주자로서의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람을 치유하고, 세상과 나누려 한다. 그래서 그는 연주 외에도 교육자, 자선가, 그리고 장애 인권 운동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한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는 바로 **‘펄만 뮤직 프로그램(The Perlman Music Program)’**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서 재능 있는 청소년들을 선발해 음악을 가르치되, 기술보다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인간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그는 늘 말한다. “좋은 연주자는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주자는 드뭅니다. 그 진정성은 삶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또한 그는 장애인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각종 캠페인에 참여하고, 경제적 이유로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선 콘서트를 열며 꾸준히 사회에 기여한다. 펄만은 언제나 연주가 끝난 뒤 관객과 눈을 맞추며 따뜻한 미소를 잊지 않는다. 그 미소에는 음악가로서의 자부심과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담겨 있다.


    3. 맺음말

    장애를 초월한 예술혼, 그리고 영원한 울림

    이작 펄만의 인생은 흔히 말하는 ‘장애 극복 서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장애를 ‘없애야 할 불편’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오히려 더 깊은 예술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몸이 온전해야만 진정한 예술을 할 수 있는가? 완벽한 조건 속에서만 감동이 나올 수 있는가?

    펄만의 삶은 그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남긴다. 삶은 불완전할 수 있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은 그 어떤 장애도 뛰어넘는다는 것.
    그가 들려주는 바이올린 소리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진심의 소리이며,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언어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자주 서지는 않지만, 그가 남긴 음악과 철학, 그리고 따뜻한 시선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삶을 울릴 것이다. 그는 바이올린을 들고 세상 앞에 서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를 위해 한 편의 시를 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나는 나의 몸이 아닌, 내 안에 있는 존재로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언제나 음악으로 표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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