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르는 피아노계의 거장이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악적 열정과 직관의 대명사다. 독특한 삶의 궤적과 예술 세계를 통해 그녀가 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지를 되짚어본다. 1. 아르헤리치의 생애 (1) 신동 소녀에서 거장으로마르타 아르헤리치는 1941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보였고, 3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5살에 첫 연주회를 가졌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천재성을 일찍이 깨닫고 유럽으로 음악 유학을 떠나게 했다. 1955년, 불과 14살의 나이에 그녀는 브뤼셀로 가서 에밀 기렐리스, 니키타 마갈로프 등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에게 수학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만을 익힌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언..

클라라 주미 강이라는 이름은 단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한 줄의 표현으로는 결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녀는 음악이라는 예민하고도 단단한 세계 속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예술적 진정성과 깊이에 집중했고, 음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에 늘 조심스럽고 치열했다. 이 글은 그녀가 어떻게 음악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왔는지를 따라가 본다. 클라라 주미 강이라는 사람은, 결국 ‘자기 음악에 책임지는 태도’로 기억될 예술가다.1. 클라라 주미 강의 삶(1) 성장의 궤적 속에서 태어난 음악클라라 주미 강은 1987년 독일 만하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유명한 성악가로, ..

선율 위에 쌓아 올린 시간, 그리고 멈추지 않는 이야기 1. 사라 장의 삶 (1) 바이올린 신동, 음악이 일상이 된 삶 사라장, 한국 이름 장영주. 그녀는 1980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부모 모두 음악 전공자였기에, 영주의 삶에서 음악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웠다. 작곡을 전공한 어머니,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그녀에게 음악은 특별한 것도, 강요된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일상이었다.다섯 살 무렵, 그녀는 우연히 바이올린을 접했다. 장난감처럼 손에 들었던 작은 악기가, 아이의 마음에 파고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이올린은 어린 영주에게 익숙한 음의 친구였고, 그녀는 악기를 끼고 노는 법을 누구보다 빨리 배웠다. 그 이후로, 그녀의 인생은 명확한 한 줄기로 정해졌다. 음악, 그..

예브게니 키신, 그의 음악은 인간의 내면과 시대의 상처,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다. 그는 건반을 통해 세계와 대화하며, 시를 통해 자기 자신과 성찰한다. 이 글은 키신의 성장과 삶의 궤적, 그리고 그의 연주가 우리에게 건네는 깊은 사유를 따라가며 ‘피아노 인문학’이라는 개념으로 그를 조명한다.1. 예프게니 키신, 그의 삶의 궤적(1) 유년시기, 천재 피아니스트의 탄생 예브게니 키신은 1971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일찍 나타났는데, 그는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곧바로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에 입학했고, 12살이 되던 해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전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 공연은 한 소년이 건반 위에서 인간의 고..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을 울리고 감동시킨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 그의 연주는 단순히 화려하거나 완벽하다는 수식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음악은 사람의 영혼 깊숙한 곳을 울리고, 인간이 가진 위대한 가능성을 말없이 증명한다. 어쩌면 그는 단순히 그저 한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사람’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1. 장애와 함께하는 눈부신 그의 삶의 서사194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이작 펄만은 평범한 유대인 가정의 아들이었다. 세 살 무렵,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된 그는 그 순간부터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네 살 때, 그는 소아마비 판정을 받았다. 급격하게 진행된 병세로 인해 그는 두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때부..

오페라 무대 위에서 세상을 울리고, 무대 밖에선 예술로 세상을 품는 사람. 조수미의 인생은 끝없는 연습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노래는 나눔'이라는 철학으로 빚어진 진심의 기록이다.1. 소프라노 조수미의 인생스토리(1) 음악은 운명처럼 그녀에게 스며들었다1962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수미는 음악이 일상인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음악 교사로서 클래식과 동요, 국악을 두루 들려주었고, 아버지는 딸의 재능을 조용히 응원해 주는 따뜻한 존재였다. 조수미는 네 살 때 피아노 앞에 앉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음감을 타고났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물론, 동요 콩쿠르에 나가 상을 휩쓸며 무대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란 그녀는 처음부터 남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