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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가 수행자인가? 임윤찬의 음악 여정

by bienetre1 2025. 3. 28.

임윤찬은 단순한 ‘천재 소년’으로 불리기엔 너무나도 깊은 음악을 들려준다. 화려한 기교를 넘어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며, 연주를 수행처럼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그의 행보를 따라가 본다.


1. 수도승처럼 자신을 수련하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화려한 수식어들이 따라붙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는 스스로를 ‘아직 부족한 연주자’라고 말하며,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임윤찬의 연습 방식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단순히 손가락을 단련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바흐의 평균율을 연구하며 각 성부의 관계를 고민하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통해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시험한다. 마치 수도승처럼 음악에 몰입하며, 하루 종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그는 악보를 빠르게 외우거나 곡을 많이 익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한 곡을 깊이 파고들며, 마치 작곡가와 대화를 나누듯 곡을 탐구한다. 이런 태도 덕분에 그의 연주는 단순한 기교적 완성도를 넘어, 깊은 감성과 철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2. 기교보다 본질을 탐구하는 태도

요즘 많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빠른 속주와 화려한 테크닉을 강조하는 반면, 임윤찬은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그의 연주는 때로는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음, 한 음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깊이가 있다.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할 때 그는 단순히 낭만적으로만 치려고 하지 않는다. 곡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을 공부하고 악보에 숨겨진 작곡가의  의도를 연구하며 해석한다. 쇼팽의 녹턴을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감미로운 분위기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쇼팽이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것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곡 속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할 때 그는 단순한 테크닉 과시가 아니라, 음악적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단순히 ‘기교가 뛰어난 피아니스트’라는 평가를 넘어서,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3. 대중의 관심을 뒤로하고 음악에 몰입하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전 세계에서 연주 요청이 쇄도했지만, 그는 무작정 많은 무대에 서는 대신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NS 활동도 거의 하지 않고, 인터뷰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준비된 곡이 아니면 연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단순히 연주 기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이 원칙은 그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에서 잘 드러났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웅장하고 장엄하게 연주하려 하지만, 그는 절제된 해석과 섬세한 터치로 곡의 내면적 깊이를 표현했다.

그는 자주 "나는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는 단순히 화려한 테크닉을 갖춘 연주자가 아니라, 음악을 수행처럼 탐구하는 예술가가 되기를 원한다.


4. 앞으로의 여정, 수행의 길을 걷다

임윤찬의 음악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그는 거장들의 연주를 연구하며,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며 자신을 수련한다. 앞으로 어떤 곡을 선택하고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단순한 스타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며 자신을 수행하는 예술가로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빠르게 익히고 여러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을 택하는 데 반해, 그는 오히려 한 곡을 깊이 탐구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단순히 ‘잘 치는 연주’가 아니라, ‘음악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연주’로 평가받는다.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그냥 한  피아니스트의 성장기를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예술가가 음악을 통해 자신을 수련하고, 삶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목격하는 일이다. 그의 음악은 앞으로도 삶에 대한 통찰로 더 깊고 풍부해질것이고, 우리는 그의 연주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음악의 본질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